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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불가사의]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역사와 신화

by reco-content 2025. 11.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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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들의 왕, 올림피아에 ‘직접 출근하다’

올림피아의 제우스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여긴 진짜 성지다”를 상징하던 조각상이었어요. 펠로폰네소스 반도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 안에 모셔졌고, 올림픽 경기가 열리던 바로 그 성역의 중심이었죠. 조각가는 파르테논 조각에도 참여했던 전설적인 장인 페이디아스(Phidias). 기원전 430년대에 제작된 이 상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혔고,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는 “한 번쯤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인생 버킷리스트” 같은 존재였습니다.

2. 실내를 꽉 채운 12m 제우스 – 사이즈부터 반칙

제우스상은 높이 약 12m에 달하는 초대형 좌상으로, 신전 안에 앉아 있는데도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꽉 차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고대 여행가 파우사니아스는 “만약 제우스가 일어나면 지붕이 뚫릴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상은 목재 골격 위에 **상아(피부)와 금(옷·장식)**을 입힌 크리세레판틴(chryselephantine)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황금 천을 두른 제우스가 한 손에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다른 손에는 왕홀을 쥔 모습이었어요. 옆에는 독수리까지 있어 “신들의 왕”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주는, 말 그대로 럭셔리 풀세트였죠.

제우스상

3. 어둑한 신전 + 빛나는 상아와 금 – 고대식 조명 연출

재미있는 건, 제우스상이 있던 제우스 신전 내부가 창문도 거의 없고 꽤 어두웠다는 점이에요. 그런데도 방문객들은 “빛나는 눈과 피부, 황금 옷자락”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최근 연구에선, 지붕이나 벽 일부에 **반투명 마블(펜텔릭 대리석)**을 써서 자연광이 위에서 은은하게 들어오도록 설계했을 가능성이 제기돼요. 이렇게 되면 상아와 금 장식이 빛을 받아, 정말로 신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듯한 연출이 되었겠죠. 게다가 제우스상은 올림픽 제전의 신성한 중심이었기 때문에, 선수나 관중들이 이 상 앞에서 맹세를 하며 “신의 눈이 지켜본다”는 긴장감까지 느꼈을 겁니다.

4. 사라졌지만 남은 영향력 –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

안타깝게도 제우스상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아요. 로마 시대에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겨졌다가, 5세기경 화재나 지진으로 소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덕분에 우리는 실제 상을 볼 수 없고, 고대 기록과 동전, 모방 조각, 현대 복원 그림으로만 상상할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이 조각은 “신을 인간형으로, 그러나 인간을 훨씬 압도하는 존재로 표현하는” 그리스 조각의 전형을 만들었고, 이후 제우스·로마의 주피터, 심지어 왕과 황제를 묘사하는 초대형 좌상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올림피아의 제우스상은, 실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예술사와 상상력 속에서 살아 있는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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