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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거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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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content 2025. 11. 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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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돈에서 태어난 원초의 존재

거인족은 흔히 **요툰(요툰나르, jötnar)**라 불리며, 세계가 형성되기 전의 혼돈과 자연력 그 자체를 의인화한 존재다. 안개와 서리의 니플헤임과 불꽃의 무스펠헤임이 맞부딪치며 생긴 원초 거인 이미르가 그 시원이며, 젖소 아우둠라가 바위를 핥아 조상 신 부리를 드러내자, 그 후손(보르와 베스트라)을 통해 신족이 갈라져 나왔다. 결국 세계는 오딘 형제가 이미르를 쓰러뜨리고 그의 몸으로 형성되지만, 거인족은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요툰헤임을 중심으로 자연의 거친 힘을 계속 대표한다.

거인족

2) 적이자 스승, 경계의 존재들

거인들은 신들의 ‘영원한 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오딘은 거인 바프스루드니르와 지혜 겨루기를 벌이고, 바다의 주재자 애기르처럼 신들과 잔치를 베푸는 거인도 있다. 우트가르드-로키처럼 재치와 환술로 신들을 시험하는 사례도 잦다. 이처럼 거인들은 파괴와 위협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질서를 견고하게 만드는 ‘압력’이자, 신들이 지혜와 힘을 연마하게 만드는 경계의 교사로 기능한다.

3) 혼인과 피의 섞임

신과 거인의 경계는 생각보다 다공성이다. 오딘의 어머니 베스트라는 거인 계열이며, 프레이르는 거인 여인 게르드와 결혼한다. 거인 여전사 스카디는 바다의 신 뇨르드와 혼인하여 평화 협정을 상징한다. 이런 혼맥은 신계와 거인계가 절연된 적대가 아니라, 갈등과 교류가 얽힌 공진화였음을 보여준다. 신들은 거인에게서 위협만이 아니라 예언, 마술, 자연의 비밀 같은 지식도 얻는다.

4) 라그나로크의 불길과 최후의 균형

종말의 전쟁 라그나로크에서 불의 거인 수르트르가 불바다를 일으키고, 많은 거인들이 신들과 맞선다. 이는 선악의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과도한 질서를 무너뜨려 세계를 갱신하는 자연력의 폭발을 상징한다. 파괴 뒤에 새싹이 돋듯, 신과 거인의 대립은 소멸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세계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거인족은 결국 북유럽 우주론에서 혼돈·자연·지혜를 동시에 품은 축으로, 신들의 질서와 맞물려 세계의 순환과 재생을 추진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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