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동행: 길가메시, 엔키두, 우정, 문명, 자연
길가메시는 폭군에서 영웅으로, 엔키두는 자연에서 도시로 이동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힘의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 장치이자, 문명과 자연의 화해를 상징한다. 훔바바 토벌과 천상황소 사건은 힘의 오용과 신들의 응징을 보여준다.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에게 최초의 진짜 공포—죽음과 유한성—을 가르친다. 우정은 길가메시를 움직이는 유일한 윤리다. 그는 불멸을 찾아 떠나지만, 끝내 도시의 벽을 수리하며 ‘공공의 지속’이라는 다른 불멸을 택한다.
② 불멸의 재정의: 우트나피쉬팀, 홍수, 식물, 실패, 성숙
길가메시는 노아 아키타입인 우트나피쉬팀에게서 불멸의 비밀을 듣지만, 피로에 젖어 식물을 잃는다. 실패는 패배가 아니라 성숙의 통로다. 서사는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되는 일’을 제안한다. 성벽, 기록, 공동체의 복지—이것이 인간적 불멸이다. 영웅은 개인의 생명 연장이 아니라 공공의 수명을 늘리는 자로 전환된다. 길가메시의 귀환은 패배가 아니라 해석의 변화다.

③ 브로맨스의 원형: 상보성, 갈등, 화해, 상실, 계승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서로의 결핍을 보완한다. 갈등은 조율을 낳고, 상실은 계승을 강제한다. 현대 파트너 히어로물은 이 원형을 변주해 ‘냉정/충동’, ‘머리/몸’의 조합을 만든다. 상실 파트는 슬픔 소비가 아니라 책임의 승계로 처리된다. 살아남은 자는 둘의 약속을 사회적 제도로 번역해야 한다. 브로맨스의 미덕은 감정의 격발이 아니라, 공적 성과의 합의다.
④ 도시의 윤리와 기록: 벽, 서판, 노동, 제도, 시간
길가메시 서판은 ‘도시=기억’을 증언한다. 벽은 외침이 아니라 약속이며, 기록은 권력의 자의성을 제어하는 사슬이다. 영웅의 마지막 과업은 도시의 시스템을 손보는 일이다. 시간은 영웅을 소모하지만, 제도는 공동체를 지속시킨다. 길가메시가 남긴 벽돌의 결은, 오늘의 헌법·도시계획·아카이브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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