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불가사의]바빌론의 공중정원
1. 사막 한가운데 떠 있는 정원, 전설의 시작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서도 가장 판타지 같은 장소예요. 고대 그리스·로마 작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의 대도시 바빌론(현재 이라크 힐라 인근)에 있던 거대한 계단식 정원으로, 나무와 덩굴, 꽃이 층층이 자라 사막 한복판에 초록 산처럼 솟아 있었다고 합니다. 전설에서 이 정원은 왕궁 곁에 지어졌고, 그 모습이 너무나 이국적이어서 여행자들의 입을 통해 유럽 세계에까지 소문이 퍼졌어요. 그래서 뒤늦게 헬레니즘 시대 학자들이 “세상에서 꼭 봐야 할 건축물 리스트”를 만들 때, 이 환상적인 정원을 빼놓을 수 없었다고 하죠.
2. 사랑이 만든 정원? 네부카드네자르와 왕비의 이야기
가장 유명한 이야기에 따르면, 이 정원은 신(新)바빌로니아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자신의 아내 아미티스 왕비를 위해 지은 선물이라고 전해집니다. 고향이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메디아 지방이었던 왕비가, 메소포타미아 평야의 쭉 뻗은 사막 풍경을 보며 “우리 집 앞 산이 그립다…”고 했고, 왕이 “그럼 아예 산을 만들어 줄게” 하면서 궁전 옆에 인공 언덕 같은 정원을 세웠다는 거죠. 계단처럼 층층이 쌓인 석조 구조물 위에 흙을 두껍게 올리고, 그 위에 나무와 꽃을 심어 멀리서 보면 산 같고 가까이서 보면 정원인, 말 그대로 **‘플로팅 산 리조트’**를 만든 셈입니다.

3. 신기한 관개 기술 – 물이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을까
사막 한복판, 그것도 높은 테라스 위를 1년 내내 푸르게 유지하려면 물이 관건이죠. 고대 기록에선 공중정원이 정교한 관개·양수 시스템으로 물을 끌어올렸다고 전합니다. 어떤 글은 유프라테스 강에서 물을 퍼 올려 올림스크루(Archimedes’ screw)나 연속 버킷 장치로 위층까지 올리고, 각 계단에 있는 수로와 연못으로 물을 흘려보냈다고 묘사해요. 또 다른 기록에서는 테라스 바닥에 갈대, 역청, 납판 등을 층층이 깔아 물이 아래층 건물로 새지 않도록 방수 공법을 썼다고도 하죠.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보면, 공중정원은 단순히 예쁜 정원이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최첨단 토목·수리공학 쇼케이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4. 정말 바빌론에 있었을까? ‘나인베’ 설과 끝나지 않은 미스터리
문제는… 정작 바빌론 유적에서 공중정원의 확실한 흔적이 아직까지 안 나왔다는 점이에요. 바빌로니아 문헌에도 직접적인 언급이 없고, 그리스·로마 작가들의 글만 남아 있어서 “실제로 있었냐, 아니면 동양판 판타지였냐”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옥스퍼드의 학자 스테파니 댈리가 “사실 이 정원은 바빌론이 아니라 아시리아의 수도 나인베에 있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지명이 헷갈린 것”이라는 설을 제기했다는 점이에요. 나인베에서 실제로 대규모 관개 시설과 왕실 정원 흔적이 발견되고, 심지어 왕이 자기 정원을 “만민의 불가사의”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공중정원은 있긴 있었는데, 우리가 주소를 잘못 적어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실물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불가사의로 남아 있고, “고대판 판타지 건축 + 연애소설 + 미스터리 추리극”이 한데 섞인 매력적인 이야기로 지금까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어요.